여기에서 ‘이 작고 사소한 물건들’은 무엇일까요? 바로 ‘문구’예요. 이 문장은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인 제임스 워드의 책, <문구의 모험>을 소개하는 대목인데요. 문구는 오랜 세월 동안 일하는 사람들에게 창조와 영감의 도구이자, 일상의 무기가 되어 주었어요.
단순히 편리한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문구이기에, 히트 치는 문구에는 남다른 기획력과 창의력이 녹아 있는데요.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내는 문구 회사들의 제품 기획법을 알아 볼까요?
1️⃣ 미쓰비시 연필
미쓰비시 연필은 일본의 100년 된 필기구 브랜드예요. 워낙 장인정신과 자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투철한 일본이니 그냥 그렇게 살아남았나 보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항상 사용자의 불편함에서 힌트를 얻어 신기술을 필기구에 탑재하고, SNS상에서 새로운 유행을 주도하기까지 하거든요. 그저 사소한 일상품인 연필, 볼펜, 샤프심으로 말이에요.
예를 들어 볼까요? 일본에서 공부 장면을 SNS에 올리는 ‘#공스타그램(勉強垢)’의 게시물 수는 335만이 넘어가요. 이 인기를 눈여겨본 미쓰비시 연필은 공스타그램에 특화된 샤프심을 내놓아요. 문질러도 더러워지지 않고 형광펜으로 그어도 번지지 않으며, 매끄럽게 써지기까지 하는 샤프심이죠. 그런가 하면 사인펜 ‘에모트’는 가늘게 쓰기가 가능하면서, 펜 끝이 부서지지 않아 ‘다이어리 꾸미기’ 유행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여성 소비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어요.
두 사례는 미쓰비시 연필이 써내려가고 있는 혁신의 일부에요. 심지어 공부력을 향상시키는 펜까지 개발했죠. 이처럼 미쓰비시 연필은 필기구에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쌓아올리면서 디지털 시대에, SNS 시대에, 에코 시대에 맞는 쓸모를 찾아나서고 있는데요. 빛바랜 연필을 다시 빛나게 만든 비결을 함께 들여다볼까요?
모서리가 28개나 되는 지우개, 주방에서 쓰는 랩처럼 종이를 돌돌 말아 풀어 쓰는 노트 등. 상상만으로도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의 문구들이에요. 이런 문구, 누가 만들까 싶지만 실제로 상품화가 되어 출시되었어요. 심지어 모서리가 28개나 되는 ‘모서리 지우개’는 출시한 지 1년 만에 100만 개 이상 판매되기도 했어요.
이 문구들은 모두 ‘기능제일주의’ 문구 브랜드, ‘고쿠요(Kokuyo)’의 제품들이에요. 사내 디자인 부서가 있을 테지만, 고쿠요가 이렇게 기발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따로 있어요. 바로 매해 문구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상을 수여하는 ‘고쿠요 디자인 어워드’예요.
고쿠요는 고쿠요 디자인 어워드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일부 수상작들의 제품화를 검토해요. 이 디자인 어워드는 고쿠요에게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신진 디자이너에겐 시장 진출의 기회를 제공해요. 2002년에 시작해 벌써 20회가 넘는 고쿠요 디자인 어워드. 그간 수상했던 작품들도 수백 개가 넘는데요. 그 중 임팩트 있는 수상작들을 모아 소개할게요.
일본 최초로 컬러 파일, 스프링 파일, 링 파일 등을 출시해 ‘파일 혁명’을 일으킨 회사가 있어요. 바로 오사카의 문구 회사, ‘리히트 러브’예요. 모두가 종이로 일하던 시절, 리히트 러브가 출시한 파일들은 문서를 효율적으로 정리, 보관하기에 안성맞춤이었죠.
시간이 흘러 디지털화, 원격 근무 등이 당연해진 지금, 리히트 러브는 어떤 제품들로 새로운 혁명을 이끌고 있을까요? 시대는 변했지만, 리히트 러브의 제품 기획력은 건재해요. 오히려 노하우가 쌓이며 더 견고해졌어요.
리히트 러브는 스스로를 ‘미래를 위한 실험실’로 정의하며 문구를 소재로 창의적인 시도들을 지속하고 있거든요. 더 대단한 것은,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문구 시장에서 매번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거예요. 문구업계의 히트 메이커, 리히트 러브의 실험에서 발견한 성공하는 제품 기획의 단서는 무엇일까요?